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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난과학] ‘껍데기’ 인공위성…미래부는 성과 뻥튀기
[HOOC=이정아 기자] 2013년 11월, 침잠한 우주로 발사된 ‘과학기술위성 3호’. 국내 최초로 우주 관측 용도로 발사된 위성인데요. 이 위성이 임무 기간 2년 가운데 6개월을 사실상 껍데기 상태로 있었던 것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그런데도 미래창조과학부는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쳤다”고 뻥튀기를 해 발표했습니다.

3년 전 러시아 야스니 발사장에서 러시아 발사체에 실려 발사된 과학기술위성 3호의 임무는 두 가지였습니다. 적외선 카메라로 ‘우주’와 ‘지구’를 관측하는 업무입니다. 이전에 발사된 위성들은 대부분 광각카메라를 탑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과학기술위성 3호는 다름 아닌 적외선 카메라로, 그것도 우주를,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도록 장비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좀더 특별했죠.

과학기술위성 3호 [미래부 제공]

이 사업에는 278억 원의 예산이 들어갔습니다. 운용 기간은 2년, 그런데 위성이 제 역할을 한 기간은 단 1년 반뿐이었습니다. 우주를 관측하는 카메라의 필수 장비 중 하나인 ‘검출기 냉각기’의 수명이 다 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결과 이 위성은 지난해 5월부터 6개월간 고장이 나지 않은 지구 관측 카메라로 지구를 내려다보는 데만 쓰였습니다. 이런 사실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재경 의원이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받은 자료에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주무 부처인 미래부가 이를 알고도 지난해 11월 과학기술위성 3호가 성공적으로 2년간의 임무를 마쳤다고 발표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11월 23일 보도자료를 보면 ‘과학기술위성 3호는 국내 최초로 우주기원 연구를 위한 우리은하 적외선 영상 확보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습니다. 미래부는 당시 카메라 고장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노후화된 상태’라고만 덧붙였죠.

지난해 11월 23일 보도자료.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라는 굵은 글씨가 눈에 띈다.

문제가 불거지자 미래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제 와서 “적외선 카메라로 1년 2개월 동안 우주 관측을 할 것이라고 예상해 부품을 구입했는데, 오히려 잘 버텨줘서 1년 반 관측을 할 수 있었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우주 관측 카메라의 기대수명이 2년에 못 미치리란 건 처음부터 예측했다는 설명입니다. 오히려 “당초 개발 계획부터 우주급 부품이 아니라 일반 산업급, 군사급 부품을 사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예상된 일이었다”고도 덧붙였죠.

그렇다면 의문이 드는데요, 당초 사업을 계획하고 진행할 때부터 위성의 부품을 ‘우주급’으로 사용하지 않았던 데 대해 그 누구도 어떠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냐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기술을 검증하고 향후 실용위성을 개발 시에 비용을 절감하는 것을 목적으로 위성을 만들었기 때문에 우주급이 아니라도 괜찮다고 봤다”고 전했습니다. 부품의 90% 이상은 우주급에 비해 내구성이 떨어지는 수준으로 써도 상관이 없었다는 겁니다. (당시 위성 설계과 심의 단계에서 이뤄지는 회의에서 관련 기관 간 오가는 자료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항우연의 다른 사업도 과학기술위성 3호와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위성발사 등 우주기술 사업 이후 사업에 대한 ‘사후 평가’라는 게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업의 독점과 감사기관의 전문성 부족 문제가 계속해서 거론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지금까지 위성을 지구 궤도 위에 성공적으로 띄우고 나서 3개월간의 시범 운용을 마친 뒤에는 해당 사업단이 해체되는 수순을 밟아왔습니다. 항우연은 과학기술위성 3호 사업 시범 운용을 끝낸 2014년 2월 말, ‘운용권’을 천문연구원과 카이스트 등으로 넘겼습니다.

천문연 관계자는 “사업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항우연의 우주 기술 정책 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고, 기기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사후 점검이 꼼꼼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하는데요.
 
한 해 7464억 원을 들여 우주기술 관련 사업을 시작하는 데만 급급했을 뿐, 위성을 만들고도 데이터를 제대로 얻지 못한 채로 기기를 해체해 버리고 그 결과를 뻥튀기해 발표하는 정부의 연구개발(R&D) 사업이 과연 우리나라 과학기술 분야에 어떤 의미를 남기고 있는지 의문으로 남습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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