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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난과학] 로봇청소기+유모차+누에고치=?
[HOOC=이정아 기자] 미국의 국제 디자인 최우수상(IDEA), 독일의 ‘iF 디자인’과 ‘레드닷(reddot)’ 등과 함께 꼽히는 세계적인 국제 디자인 공모전이 있습니다. 바로 스파크 국제 디자인 어워드인데요. 12월 초 홍콩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울산과학기술원(UNIST) 산업디자인 트랙 교수들과 LG전자가 협업해 만든 로봇 유모차인 ‘베이비킹(BabyKing)’이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최종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에게 40점 만점에 무려 38점을 받으면서 말입니다.

베이비킹은 언뜻 일반 유모차처럼 바퀴가 달린 아기 침대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안에는 특별한 기능 4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스마트폰으로 조종해 유모차를 이동시키는 실내 자율주행 기능, 침대를 흔들어 아기를 달래는 스윙 모션 기능, 공기청정 기능, 자동차 시트에 앉히거나 실외에서 유모차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인데요. 한 마디로 베이비킹은 다양한 기능이 복합돼 있는 유모차인 겁니다.

로봇청소기 센서+유모차 기능+누에고치 디자인을 합치면?

베이비킹은 올해 1월부터 UNIST 산업디자인 트랙 교수들과 LG전자가 협업해 진행한 ‘로봇가전 프로젝트’에서 나온 결과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번 연구는 정연우 교수팀이 주도하고 김차중 교수와 박영우 교수가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정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존에 없던 제품을 만들고 싶었는데, (베이비킹은) 다양한 기능이 결합돼 있어 아이와 부모들 모두의 생활을 편안하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는데요.

베이비킹에는 로봇청소기처럼 물체나 동작을 인식하는 카메라 센서와 거리를 감지하는 카메라 센서가 내장돼 있습니다. 이를 통해 베이비킹은 베이비킹은 최소 1m 내에 있는 사물을 감지하면서 시속 3㎞ 정도의 속도로 집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이 로봇 유모차로 침대를 흔들어 아기를 재우는 것도 가능하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공기청정 기능도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복합적인 요소들이 결합되면서 베이비킹의 강력한 기능으로 구현되는 것이죠.
내가 베이비킹이다!

그런데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연구팀이 고민한 지점은 기능만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로봇에 어떤 디자인을 입히느냐 하는 것이었는데요. 연구팀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하면서도 아기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하고 편한 차별화된 디자인을 만들었을 때, 유모차의 기능이 더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 교수는 “제품을 사용하는 아기와 부모들의 관점에서 시각적으로 만족감을 주고 제품의 신뢰를 줄 수 있는 어떤 디자인 포인트를 찾는데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 결과 누에고치 집 모양이 훌륭한 로봇 유모차의 디자인이 됩니다. 알에서 부화한 애벌레가 입에서 실크를 내어 번데기를 보호하는 고치를 만드는데요. 누에의 관점에서 보면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고치는 쉽게 찌그러지지 않습니다. 또 외부에서 봤을 때도 누에가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정 교수는 “고치 디자인이 주는 안정감을 통해 아기한테도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사용자 부모의 관점에서도 ‘튼튼하겠다, 내 아이를 안심하고 유모차에 태울 수 있겠다’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누에고치로부터 디자인 영감을 받은 연구팀

“제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디자이너의 개인 취향’이라는 말이에요. 같은 음식이라도 맛있는 데가 있고 맛없는 데가 있는데 이걸 개인의 취향이라고 치부해버릴 수 없잖아요. 디자인도 분명히 수준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 취향이 아니라 디자인을 대하는 생각의 차이인 것이죠.”

‘더 나은 디자인을 통해 더 나은 생활을 촉진한다’는 목표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소통을 추구하는 이번 디자인 어워드에서 정 교수는 “사용자 관점에서 매력적인 디자인이면서도 또 사용성이 고려되는 컨셉을 제시하고 싶었다”며 이같이 전했는데요. 그래서 그는 “디자인은 상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고 그래서 복합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베이비킹은 사업화 가능성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아 현재 LG전자와 함께 제품화 단계를 위한 프로젝트로 진행 중이며, 2년 내 상품으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구팀은 “실외에서 사용자가 쉽게 베이비킹을 밀면서 갈 수 있도록 전동 롤러가 장착된 유모차 모듈 등을 추가로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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