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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난과학] 달에 얼마나 큰 글씨를 써야 지구에서 보일까?
[HOOC=이정아 기자] 달 표면에 글씨를 쓴다면, 어느 정도의 크기로 써야 지구에서 보일까요. 지구 대기권을 벗어난 600㎞ 땅 위에 있는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할 때와 인간의 맨눈으로 달을 바라볼 때로 나눠 가정한 뒤 달 표면에 써야 할 최소한의 글씨 크기를 각각 구해보겠습니다.

일단 값을 구하기 위해서는 각지름이라는 개념부터 알고 있어야 하는데요. 각지름은 천체를 바라보는 관찰자와 천체의 지름 양 끝점을 연결한 두 선분이 이루는 각을 말합니다. 만약 달의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선을 죽 긋는다면, 지구에서 달을 볼 때 그 각지름은 약 0.5도(degree)입니다. 1도는 60각분이고 3600각초입니다.

달에 얼마나 크게 써야 글씨가 보일까. 자, 이제부터 머리라는 걸 써보자... 후후

모든 망원경에는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최소한의 각지름인 각 분해능이 표시돼 있는데요. 만약 어떤 망원경의 각 분해능이 1도라면 그 망원경으로는 폭이 1도인 물체와 0.5도인 물체의 차이를 구별할 수 없습니다. 망원경의 구경이 클수록 광량이 많이 모이고 또 각 분해능의 수준이 높아지게 됩니다. 

달의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선을 죽 긋는다면, 지구에서 달을 볼 때 그 각지름은 약 0.5도!

성능이 아주 좋은 미국 우주항공국(NASA)의 허블 우주망원경의 구경은 2.5m입니다. 각 분해능은 약 0.05각초라는 의미(하단 표 참조, 레일리 기준)입니다. 그리고 허블 우주망원경이 달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을 때 허블 우주망원경과 달 사이의 거리는 약 38만3800㎞입니다. 자, 이제 주어진 수치들을 바탕으로 계산을 하겠습니다.


반지름이 1인 원에서 호의 길이가 1일 때 각의 크기를 1라디안(radian)이라고 하는데요. 1각초를 라디안으로 변환하면 20만6265입니다. 따라서 글씨의 크기를 미지수 X로 놓고 식을 세우면 X=38만3800㎞*(0.05각초/20만6265)입니다. 이를 풀면 X=93m. 따라서 달 표면에 약 93m의 폭으로 글씨를 써야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했을 때 그 글씨를 볼 수 있습니다.

1라디안=(180/π)°(도)=206265"(각초) 입니다. 우리는 라디안을 중학생 때 배웠죠. 네, 그럼요. 배웠고 말고요.

사람의 눈은 망원경에 비해 그 성능이 훨씬 떨어집니다. 인간의 눈은 동공 크기가 4~8㎜ 정도 되는데요. 동공 크기를 평균 6㎜로 가정하면 우리 눈의 성능은 각 분해능은 약 24각초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눈은 단일 렌즈로 구성돼있기 때문에 망원경보다 광학 성능이 많이 떨어져서, 실제 각 분해능은 1각분 정도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는 약 38만4403㎞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식을 다시 만들면, X=38만4403㎞*(60각초/20만6265)이므로, X값은 112㎞입니다. 우리가 맨눈으로 볼 수 있으려면 달 표면에 쓰인 글자의 폭과 높이가 최소한 112㎞가 돼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지구의 대기에 의해 빛의 왜곡이 더해질 수 있으므로, 실제 우리 눈으로 분해할 수 있는 달 표면의 글씨 폭은 최소 112㎞ 보다 커야 합니다.


검수.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박성준 박사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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