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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신 여행해주는 남자]6.여기가 ‘크로캅’의 나라입니까…유럽의 보석, 크로아티아를 가다
*[대신 여행해 주는 남자]는 지구별 여행을 떠난 지다원 씨가 독자 여러분의 소원을 직접 받아 수행하고 그와 관련된 여행기를 작성하는 코너입니다.
지구별 여행을 떠난 지다원 씨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20대 청년입니다.
앞으로 1년이 넘는 기간동안 지다원 씨는 지구 구석구석을 찾아다닐 예정입니다. 혼자서 여행을 떠난 ‘대행남’이 외롭지 않도록 여러분의 많은 사연과 소원을 그에게 보내주세요!
[대행남]의 이야기는 매주 금요일에 만나볼 수 있습니다.

몬테네그로 다음 행선지를 놓고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 그리고 세르비아를 사이에서 고민했다.
다음 여행지인 헝거리를 가기 위해서 거쳐야할 국가들이었다. 오직 여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한 고민이다.
여행이 시작되면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을 거라는 걸 한국에서부터 짐작했고 실제로 경로가 처음 계획에서 많이 바뀐 지 오래전이다.
계획이 틀어질 때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재미도 여행의 매력이다.
다음 나라를 결정하는데 생각보다 오래걸리지 않았다. 단순함은 이럴 때 빛을 발한다
크로아티아는 학창시절 나의 심장을 뛰게 했던 격투기선수 미르코 크로캅의 나라였다. 화려했던 그의 발차기 만큼이나 나의 결정도 순식간이었다. 한번이라도 더 들어본 나라를 가는게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심적 안정감이 든다는 것을 많은 여행자들이 공감하실거라 믿는다.



1. 아드리아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
‘아드리아해의 진주’는 두브로브니크의 별칭이다. 영국의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버나드 쇼는 이런 말을 남겼다.
“진정한 낙원을 원한다면 두브로브니크로 가라”
내가 진정한 낙원의 아름다움과 역사적인 기대감보다 격투기 선수 미르코 크로캅 때문에 이곳에 왔다는 사실을 버나드 쇼가 알면 어떤 표정을 지어보일까 궁금해진다.



두브로브니크의 첫인상은 정신없지만 정말 튼튼한 요새가 따로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 안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어 정신없을 정도로 북적거렸다. 반면 성벽은 거대하고 튼튼한 품속에 아름다운 중세시대의 멋을 간직하고 보호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성벽 위에서 바라보는 아드리아해와 구시가지는 이미 유명한 관광포인트다. 입장료를 내면 성벽위로 올라갈 수 있다. 성벽을 한바퀴 돌아오는데 사진 찍는 시간을 포함하여 1시간30분 정도 걸렸다.
성벽에서 바라본 아드리아해와 구시가지의 모습은 생각보다 높은 물가의 배신감을 느꼈던 내 마음을 단번에 돌리기에 충분했다.

사실 크로아티아 물가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관광지인 두브로브니크는 다른 도시에 비해 2배정도 물가가 높았다. 유명하지도 않은 식당에서 오징어먹물리조또를 한화 1만7000원에 먹고 난 후 충격을 받아 낙원도 돈이 있어야 가는구나 싶었다. 앞으론 낙원이란 표현의 기준에는 물가까지 포함되길.

2. 낭만적인 항구도시, ‘스플리트’
스플리트는 낭만적인 항구도시이자 여행자들이 사랑하는 휴양지다. 세계문화유산인 구시가지는 전쟁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카페와 상점들은 전쟁의 잔재를 인테리어로 활용해 상처입은 구시가지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구시가지 입구에 늘어선 지중해의 해산물과 과일 장터는 또다른 볼거리다. 


스플리트에서 기대했던 것은 따로 있었다. 휴양지인 만큼 해수욕장이 잘 되어있다는 점이었다.
지중해의 뜨거운 햇빛을 온몸으로 느끼며 전신을 구리빛으로 태워보리라 행복한 상상을 하며 도착했지만 줄곧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들렸다.
크로아티아의 날씨는 종잡을 수 없다. 아침에 해가 떠서 점심먹고 해변갈 채비를 다하면 비가 내렸다.



몬테네그로의 코토르부터 두브로브니크를 지나 스플리트까지 세 번의 올드타운을 지나면서 자신들의 역사와 옛 이야기를 사랑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3. 바다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선율, ‘자다르’
‘자다르에 가면 끝내주는 석양과 바다가 들려주는 오르간 연주를 들을 수 있다’라는 정보에 자다르행을 결정했다. 



바다 오르간은 세계 최초로 크로아티아의 천재적인 설치예술가 니콜라 바시츠가 설계했다. 사람이 연주하지 않기 때문에 연주자도 지휘자 없다. 오로지 바다의 바람으로 연주되기 때문에 같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계단에 앉아 아드리아해 수평선 너머 노을지는 석양을 감상하며 바다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보다 완벽한 조합은 없을거라 생각했다.


잔뜩 부푼 가슴으로 해변으로 향했다. 해가 보이지 않고 먹구름이 잔뜩 끼어 석양을 볼 수 없었다. 서있기도 힘든 바닷바람이 온몸을 강하게 때렸다. 바다를 바라보고 앉아 보았다. 석양을 볼 수 없는 대신 거센 바닷바람이 오르간 소리를 원없이 들려 주었다.
바다가 들려주는 오르간 소리는 생각보다 묵직하고 울부짖는듯 슬픈 음색이었다. 석양을 보지 못해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려는 듯 바람은 더 거세게 불고 오르간은 더 크게 울려 퍼졌다.

여행을 시작하고 내가 세운 계획대로 되지 않는 순간이 거의 대부분이다.
시간표가 바뀌었거나, 가격이 올랐거나, 날씨가 따라주지 않거나, 수많은 이유들로 계획을 변경해야 했다. 그 도시에서 꼭 봐야 할 유명한 랜드마크를 놓쳐야 할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하나를 놓치면 또 다른 하나를 얻는다는 것이다.



내가 석양을 보지 못한대신 오르간소리를 원없이 들은 것 처럼 누군가는 석양을 보았지만 오르간소리를 듣지 못했을 수도 있다.
나처럼 계획적인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계획이 틀어지는건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그런 나를 계획에 없던 순간들이 찾아 올 때 마다 마치 그것이 나의 최초 계획이었던 것처럼 최선을 다해 즐길 수 있는 유연함을 갖게 하는게 여행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래도 너무 큰 변수는 없길 간절히 바래본다)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은 당신. 하지만 시간은 마땅치 않고, 여유도 없고. ‘누가 나 대신 여행을 떠나줘서 그곳 사진과 소식을 전해주면 좋겠다’라는 생각하신 적은 없나요? 당신의 사연을 들려주세요. 당신이 가고 싶고, 보고 싶고, 느끼고 싶었던 여행지를 대신 여행해드립니다.>

글=지다원 여행가
정리=손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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