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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상범의 광고톡톡]“재미는 기본, 메시지를 담아야 몰입하는 광고가 나오죠”
[HOOC=서상범 기자]어두운 밤, 비가 내리는 도로. 운전석 뒷자리에는 배우 이정재가 심각한 눈빛으로 전방을 주시한다. 이윽고 이정재는 다급한 목소리로 외친다. “세우라고!”. 급정거한 차 앞으로 지나가는 것은 새우 네 마리. 광고는 “통새우 맛보새우”라는 내레이션으로 끝을 맺는다. 
새우라는 언어유희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 통새우 와퍼 광고 캡쳐(사진=유튜브)

지난해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버거킹’이 선보인 ‘통새우와퍼’ 광고다. 새우를 소재로 언어유희를 보인 이 광고는, 특히 영화 신세계에서 이정재가 맡았던 역할인 ‘이자성’과 묘하게 대비되며 대중들의 큰 인기를 얻었다. 대중들은 “이자성이 회장 되더니 아재개그를 하고 있네”라며 폭소했고, 광고 영상은 유튜브에서만 조회수 200만 건을 넘겼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버거킹은 최근 이정재를 다시 내새웠다. 이번에는 왕으로 분한 이정재가 엄숙한 분위기에서 갑자기 외친다. “게 있느냐, 게 아무도 없느냐”. 역시나 등장한 것은 붉은 대게. 게를 소재로 한 ‘대게 와퍼’의 광고였다.

이 두 광고를 모두 관통하는 것은 제품의 소재를 통한 언어유희. 거기에 이정재라는 진중한 배우의 망가짐(?)을 통한 재미다. 
이채훈 제일기획 CD(사진=제일기획)

이 광고를 만든 이는 제일기획의 이채훈 CD. 언어유희를 통해 재미를 전달하는 광고 영역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광고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한남동 제일기획 본사에서 만난 이 CD는 단순한 말장난으로는 결코 광고주를 설득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아무리 화제가 되는 광고라 해도, 브랜드를 망가뜨리는 광고는 하지 않는다”며 “화제성이라는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브랜드가 망가지기에 재미와 제품의 가치를 함께 담기 위해 고민 한다”고 강조했다.

버거킹 시리즈 역시, 단순히 말장난이 아닌, 제품의 소재를 돋보이게 만들면서도, 소비자에게 강렬하게 각인될 수 있는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고 덧붙였다.

이 CD는 “단순한 말장난만으로는 광고주는 물론, 소비자를 절대 설득시킬 수 없다”며 “버거킹 시리즈 역시,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라, 제품의 소재를 돋보이게 만들면서도, 소비자에게 강렬하게 각인, 몰입될 수 있는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청각적 요소가 현대 광고에서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광고 봤어?라고 대중들이 말할 때는 결국 청각적인 메시지를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며 “직관적으로 브랜드를 연상시켜주는 소리의 힘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제작하는 광고의 핵심 장치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게와퍼 광고캡쳐(사진=유튜브)

하지만 이 청각적 장치에만 집중해서는 좋은 광고가 나올 수 없다고 이채훈 CD는 말한다. 그 자체가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아트 디자이너로 제일기획에 입사했기 때문에 시각적 요소의 중요함을 알기 때문이다.

그는 “시각은 언제나 청각과 보완돼야 하는 것”이라며 “영상 속에서 퀄리티 있는 시각적 장치가 뒷받침이 될 때, 재미를 위한 청각적 메시지가 극대화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그의 철학은 통새우와퍼 광고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이정재의 언어유희는 긴박한 느낌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시각적 화면이 없었다면 반전의 묘(妙)를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에 숨겨진 시각적 장치도 있다. 영상 속에는 횡단보도 위를 새우 4마리가 걸어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비틀즈의 에비로드의 장면을 연상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정한 장면이다. 일본어로 새우가 ‘에비(えび)’라는 것에 착안해 만든 그만의 오마주인 셈이다.

이처럼 시각적 퀄리티와 청각적 재미를 결합해, 대중들에게 강렬하게 회자될 수 있는 광고를 만든다는 것은, 특히 최근의 디지털 광고환경에서는 더욱 주요한 요소다.

SNS라는 공간에서는 무거운 메시지보다는, 강렬한 한 방이 있는 흥미로운 콘텐츠가 화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선을 보인 G마켓 광고 역시 이 CD의 이런 철학이 그대로 투영됐다. 설현과 김희철이 등장하는 이 광고는 둘의 이름 따서 ‘현철’이라는 듀오로 불린다. 광고 속 이 둘은 “싸다, 예쁘다”라는 특정 메시지를 반복하면서 이른바 막춤을 반복한다. 그러면서도 둘의 표정은 시종일관 무표정. 특정 메시지의 반복을 통한 청각적 접근과, 설현과 김희철이라는 비주얼이 극대화된 모델들을 통한 어색미가 돋보인 이 영상은 중독성이 있다는 평가와 함께 페이스북에서 수백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G마켓 광고캡쳐(사진=유튜브)

그렇다면 이와 같은 재미를 기반으로 하는 중독성 광고에만 집중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없을까? 종합광고 대행사의 CD라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는 궁금증이 들었다.

이에 대해 이 CD는 “너무 재미 위주로만 제작을 하면 그 쪽으로 경도(傾倒)되는 것 아닌가?멋진 광고, 감동적인 광고도 해야 하지 않나?라는 이야기를 꽤 들었다”며 “하지만 내가 잘하는 것을 잘해야겠다. 이른바 광고인들이 말하는 ‘엣지(영어 Edge에서 나온 말로, 날카로움, 특히 창의적인 생각을 뜻한다)’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굳이 다들 잘하고 있는 영역에 자신이 뛰어들기보다는, 자신이 잘하는, 가장 잘할 수 있는 재미있는 광고라는 영역을 더욱 갈고 닦았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광고의 환경은 그야말로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어떻게든 광고를 외면하려 하지만, 4대 매체로 고정됐던 광고의 영역은 디지털과 만나 급격히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CD는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우선 소비자에게 외면 받지 않도록 더욱 ‘엣지’를 세우는 것, 특히 광고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재미를 잃지 않도록 노력한다면, 더 넓어진 기회의 장에서 소비자에게 사랑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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