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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시간을 고치는 공간…태엽에 혼을 감다
icon손수용 HOOC Editor 2017.07.22 09:50 am
축구장 크기만큼 넓은 공간에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고 완벽한 공간이 있다.

첨단 기술의 결정체인 반도체가 만들어지는 클린룸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은 작은 먼지나 잠깐의 실수가 결정적인 결함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클린룸은 항상 깨끗하고 완벽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클린룸만큼이나 깨끗하고 정교함을 필요로 하는 공간이 또 하나 있다. 동전 크기만 한 작은 원판에 500 여개가 넘는 부품이 들어있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나사가 절대로 없어선 안 되는 큰 역할을 하는 기계, 바로 시계를 수리하는 공간이다. 이 곳에선 멈췄던 시침이 다시 움직이고 오래된 시계가 새 것처럼 다시 태어난다. 단순히 시계가 고쳐지는 곳이 아닌, 누군가의 고장 난 ‘시간’이 고쳐지는 시계 수리 공방을 지난달 1일 다녀왔다.

압구정에서 시계 수리 공방을 운영하는 최대영(57) 씨는 이미 시계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시계 수리 과정 중 ‘오버홀(overhaul)’이라고 불리는 작업은 국내 최고로 손꼽히고 있다.

#1. 시간을 고치는 공간

압구정에서 시계 수리 공방을 운영하는 최대영(57) 씨는 이미 시계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시계 수리 과정 중 ‘오버홀(overhaul)’이라고 불리는 작업이 있다. 기계를 완전히 분해해 점검하고 수리하는 작업이다. 오버홀은 상당히 정교한 작업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완벽하게 작업을 수행하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다. 이 중에서도 최대영 장인은 국내 최고로 손꼽히고 있다.

그가 처음 시계를 만진 것은 12살 때다. 시계 관련 일을 하시던 아버지 덕에 자연스럽게 시계를 접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꺼내본 시계를 분해하고 조립했는 데 그것이 시작이었다. 째깍째깍 움직이는 시계에 매료되어 3일 밤낮을 시계만 보고 있다가 일주일 동안 눈이 멀기도 했다. 그 정도로 시계에 미쳐있었다.

그렇게 시계에 대한 관심이 45년째 이어지고 있다. 오래된 세월만큼이나 수많은 사연이 담긴 시계들이 그를 찾아왔다. 

압구정에서 시계 수리 공방을 운영하는 최대영(57) 씨는 이미 시계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시계 수리 과정 중 ‘오버홀(overhaul)’이라고 불리는 작업은 국내 최고로 손꼽히고 있다.

몇 대 째 물려내려오는 가보인 시계가 고장 났다면 절박한 표정으로 수리를 요청하는 고객부터 돌아가신 누군가의 유품이라며 꼭 좀 살려달라면서 울먹이며 수리를 의뢰하던 고객까지. 짠내 나는 사연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 받은 시계인데 고장 났다면 고쳐달라던 가져온 수 천 만원이 넘는 모델이 ‘짝퉁’인 것을 알게 된 고객들도 있었다.

이렇게 수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물건이기 때문에 눈을 감고도 어떤 시계인지 알 정도의 경지에 올랐지만 항상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고객들의 시계를 수리하고 있다.

“단순히 시계를 고친다는 생각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간을 고친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해요. 고객이 들고 온 시계는 단순히 기계가 아니라 수많은 이야기, 세월 그리고 추억을 담고 있기 마련이니까요”

#2. 정밀하고 깨끗해야만 하는 공간

장인이 일하는 공간은 두 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다.

이 작은 공간에 정교한 작업을 위한 장인의 혼과 노력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시계를 수리하는데 필요한 장비들이 장인의 노력을보여준다. 기본적인 장비를 만들 수 있는 선반부터 제대로 수리가 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파이널 테스트기, 미세한 작업을 위한 현미경과 작은 연장들까지. 어느 것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무브먼트 세척기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안에서 시계를 돌아가게 하는 중요한 부품들을 세척하는 도구다. 장인이 가지고 있는 무브먼트 세척기는 국내에 오직 두 대밖에 없는 귀한 물건이다.

“시계라는 게 상당히 복잡하고 정밀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어요. 감히 반도체와 견줄 정도로 정교하고 정밀하죠. 시계의 메커니즘을 알게 되면 다른 기계도 다른 기계의 메커니즘도 다 이해하게 돼요”

정밀한 만큼 무척 예민하다. 무브먼트 플레이트에 묻은 지문이 표면을 부식시키기도 하고 눈에 보이지도 않은 작은 먼지가 시계태엽의 움직임을 방해하기도 한다. 정밀한 장비가 필요하고 깨끗한 환경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시계에 들어가는 부품들은 다 의미 있는 역할들을 해요.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들어가 있는 것들은 다 어떤 역할을 하기 위해 들어가 있는 거니까요. 작다고 해서 무시하면 안 되는 소중한 것들입니다”

그는 단순히 시계 수리만을 위해서 고가의 장비를 들여오고 환경을 관리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보다 그가 우선시하는 것은 믿음이다. “퀄리티를 높여야죠. 고객들한테, 고객 시계를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장비가 좋아야 돼요. 그래야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오니까. 여기 찾아오는 고객한테 그런 믿음을 줘야 하고 수리를 잘해줘야 될 거 아니에요. ”

#3. 완벽함으로 나아가는 공간

그를 찾아오는 시계들은 최소 수백만 원부터 최대 십억 원이 넘는 최고급의 시계들이다. 하지만 하이엔드 브랜드의 최고급 시계들도 고장이 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래 착용해서, 혹은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 수리를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처음 판매시점부터 문제를 안고 판매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10억이 넘는 시계도 완벽하지 않아요, 완벽을 향해 나아가는 거지. 그건 시계뿐만이 아니에요. 자동차를 만들든, 어떤 다른 기계를 만들든 절대 완벽한 제품은 없어요. 완벽, 완성을 향해 진화하는 과정일 뿐인 거예요. 항상 부족한 게 있죠”

최대영 장인은 그의 작은 공간에서 수십 년의 시간 동안 완벽함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에게 시계 수리 공방은 삶을 영위하게 해 준 삶의 터전임과 동시에 인생의 희로애락을 알려준 깨달음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 시계 안에 인생이 들어있어요. 500개가 넘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부품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고 작동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보여요. 눈에 보이지 않은 작은 부품들이 엄청난 일들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런 작은 부품에도 다 의미가 있듯이 의미 없는 인생이 어딨겠습니까. 또 최고급의 시계도 부족함을 보완하고 완벽함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인생과도 닮은 부분이 있죠”

feelgood@heraldcorp.com·사진=인스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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