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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신 여행해주는 남자]16. 바르샤바, 그리고 폴란드에 빠지다
*[대신 여행해 주는 남자]는 지구별 여행을 떠난 지다원 씨가 독자 여러분의 소원을 직접 받아 수행하고 그와 관련된 여행기를 작성하는 코너입니다. 지구별 여행을 떠난 지다원 씨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20대 청년입니다.
앞으로 1년이 넘는 기간동안 지다원 씨는 지구 구석구석을 찾아다닐 예정입니다. 혼자서 여행을 떠난 ‘대행남’이 외롭지 않도록 여러분의 많은 사연과 소원을 그에게 보내주세요!

[대행남]의 이야기는 매주 금요일에 만나볼 수 있습니다.

바르샤바는 현재 ‘폴란드 촛불’ 시위가 한창이다. 정부의 사법부 장악 반대를 외치는 시민들의 행렬이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둔 상태에서 시위 열기가 더욱 뜨거워졌다. 바르샤바는 폴란드 국민에게는 오래전부터 저항과 민족 독립 투쟁의 중심지였다. 오스트리아, 독일, 소련 등 주변국의 침공과 억압 그리고 핍박 속에서 국민들은 정신마저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투쟁했다. 세계 제2차 대전 당시 바르샤바는 80% 이상 파괴되었고 나치 독일의 학살로 인하여 유대인들뿐 아니라 폴란드 국민 20%에 달하는 600여만 명도 희생되었다. 슬픈 역사를 품고 있지만 복구된 지금의 모습이 폴란드인들의 강한 애국심과 정신력을 대신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그런 면에서 옛날 주변국으로 부터의 잦은 침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민주주의를 지켜온 우리나라 선조들을 떠올리니 그들의 슬픔과 상처가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바르샤바 시내 중심에 거대한 건물 하나가 눈에 띈다. ‘문화 과학 궁전’은 1955년 스탈린이 스탈린 양식으로 건축하여 폴란드에 선물한 건축물이다. 42층 높이로 3288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미술관, 영화관등으로 다양하게 사용 중에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소비에트 지배의 증거물인 문화 과학 궁전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벗어나고 싶은 기억이 먼 동네에서도 보일 정도니 달갑지 않은 게 이해가 간다. (기념품 가게엔 문화 과학 궁전 마그네틱이 굉장히 많다.)

월요일에 한산했던 광장이 주말이 되니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크라쿠프 광장을 본 뒤라 상대적으로 조금은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르샤바의 매력은 광장에서 시작해 대통령궁을 지나 바르샤바 대학교, 성 십자가 성당, 그리고 쇼팽 박물관까지 이어지는 신세계 거리(노비 쉬비아트)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이어주는 길로써 주요 관광지를 거쳐가며 쇼핑과 함께 아기자기한 카페도 많아 즐거움을 더한다.

(Tip: 올드타운 내에는 곳곳에 아이스크림을 뜻하는 LODY집이 많다.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올드타운을 구경해 보자)

올드타운 내에 있는 인어 동상은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옛날 폴란드 해협 근처를 헤엄쳐가던 인어가 욕심 많은 사람에게 붙잡히는데 어떤 부부가 목숨을 걸고 인어를 풀어줬다고 한다. 그 부부의 이름이 현재 수도의 이름인 바르와 샤바라고 전해진다. 그 후로 인어는 부부의 따듯한 마음에 감사하여 창과 방패를 들고 지역 주민들을 오랫동안 지켜주었다 한다. 


사자 동상과 함께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라지비우 궁전은 현재는 대통령 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최초에는 라지비우가의 저택이었으며 일부를 극장으로도 사용하여 쇼팽이 처음으로 피아노 연주회를 연 곳으로도 유명하다. 대통령 궁 앞 거리 자체가 낮보다는 초저녁 해가 질 때부터는 더욱 아름다운 매력을 더한다. 거리에 어둠이 깔리면 노란 등과 함께 폴란드식 하얀 건물에 불빛이 비치면서 더욱 분위기가 있어진다.

(Tip: 낮보다는 저녁 늦게 보는 것을 추천한다.)


대통령궁을 지나 조금 더 걷다 보면 성 십자가 성당이 있다. 폴란드에 있는 유명한 성당들 보다 외관이 화려한 편은 아니지만 여행자들이 반드시 한 번은 들리는 장소다. 1655년경 스페인 침공 당시 대부분 파괴되어 다시 지었지만 세계 제2차 대전 당시 마찬가지로 폭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바르샤바 구시가 복원 사업에 의해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되었으며 암울했던 과거를 잊기 위해 더 화려하게 복원했다고 한다. 


성 십자가 성당이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큰 이유가 쇼팽의 심장이 보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죽음을 맞이한 쇼팽은 상황이 여의치 않아 시신은 파리 라세즈 묘지에 묻혔고 심장은 성 십자가 성당으로 보내졌다. 심장이 폴란드로 간다면 자신의 영혼도 함께 갈 것이라는 생각에 심장만큼은 조국 폴란드의 묻어달라고 했다고 한다. 암울한 시대 속에서도 고국을 위하여 타지에서 고군분투며 국민들에게 음악으로 큰 힘이 되어 주었던 쇼팽은 영웅 그 자체였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많은 국민들에게 기억되고 사랑받고 있다.


국민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쇼팽 사랑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는 공연이다. 매주 일요일마다 라지엔키 공원(Lazienki Krolewsike)에서 오후 12시, 4시에 무료 쇼팽 공연이 열린다. 쇼팽의 동상 옆에 멋진 그랜드 피아노와 곳곳에 스피커를 설치해 멀리서도 피아노 연주가 생생하게 들린다. 공원에 설치된 의자는 1시간 전부터 사람들로 채워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동상 주변 잔디밭에 자리를 펼쳐 책을 읽거나 눈을 감고 자유롭게 음악을 감상한다. 공연은 한 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발을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이 빼곡하게 가득 차니 30분 전에 도착해서 자리를 잡는 게 좋다. 

45일간의 폴란드 여행을 정리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폴란드 여행을 강력히 추천하고 있다. 폴란드 여행을 추천할만한 이유를 4가지로 추려보았다.

첫째는 한국에서 폴란드까지 직항 노선이 취항되어 이동이 어렵지 않고 폴란드 내에서도 교통편이 잘 발달되어 있어 이동의 편리함이 장점이다.

둘째는 저렴한 물가가 폴란드 여행의 큰 매력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고기와, 과일, 야채는 정말 저렴해서 장기간 여행자에겐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 여행지다.

셋째는 날씨다. 한국의 한여름에 폴란드는 시원한 가을 날씨를 느낄 수 있다. 실제로 내가 여행하는 동안(6월~7월) 한국은 폭염이었는데 폴란드는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서 가벼운 긴팔을 입고 다닐 정도였으니 여름철 휴가지로 손색이 없다.

넷째는 폴란드 특유의 분위기다. 파스텔 같은 은은한 매력을 뿜어내는 폴란드의 도시들은 아직은 산업화가 되지 않은 날 것의 감성을 품고 있다. 이 또한 언젠가는 수많은 관광객들로 인하여 변할게 분명하다. 그래서 폴란드 여행을 서두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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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지다원 여행가
정리=손수용 기자

feelgo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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