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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신 여행해주는 남자]17. 비 내리는 슬픈 도시, 베를린
*[대신 여행해 주는 남자]는 지구별 여행을 떠난 지다원 씨가 독자 여러분의 소원을 직접 받아 수행하고 그와 관련된 여행기를 작성하는 코너입니다. 지구별 여행을 떠난 지다원 씨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20대 청년입니다.
앞으로 1년이 넘는 기간동안 지다원 씨는 지구 구석구석을 찾아다닐 예정입니다. 혼자서 여행을 떠난 ‘대행남’이 외롭지 않도록 여러분의 많은 사연과 소원을 그에게 보내주세요!

[대행남]의 이야기는 매주 금요일에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여행을 계획하기 전부터도 왠지 독일은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았다.
프라하 여행을 마무리하고 폴란드 브로츠와프로(Wroclaw) 올라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프라하에서 구글 지도를 볼 때마다 근방에 위치한 베를린이 왠지 아른거렸다. 지금껏 여행을 하면서 마음은 내키지도 않으면서 유명한 곳을 도장 찍기 하듯 방문하는 여행을 기피해왔다. 생각이 많았지만 결국 여행자의 단골 멘트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와보겠어’를 외치며 베를린을 전격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Tip : 스튜던트 에이전시 기준 베를린행 버스 요금 19유로 / 5시간 소요 / 연착이 잦은 구간이다.)

베를린에서 머무는 동안 계속해서 비가 왔다. 관광을 다닐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신 유명한 카페를 탐방해보기로 했다. 비 오는 분위기에는 제 격이라고 생각했다. 긴 대기줄과 함께 시끌벅적한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관광지를 도는 대신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일정대로 흘러가지 않더라고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여행의 매력이라고 애써 자신을 위로했다.

(Tip: Berlin Potsdamer platz 내에 있는 Caffe e Gelato / 메뉴 이름 : fragola 8.90유로)

이튿날에도 비는 멈추지 않았다. 베를린의 교통 요금이 비싸다는 얘기를 들을지라 도보로 모든 곳을 이동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게 됐다. 베를린 대중교통 종류에는 U반, S반, 기차, 트램, 버스가 있다. 관광이 목적인 여행자들은 U반과 S반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U반은 지하철, S반은 지상으로 다니는 열차로 생각하면 된다. 티켓의 구분은 A, B, C 구역으으로 구분해 가고자 하는 지역이 속하는 구역의 티켓을 구매하면 된다. One-day는 하루 종일(새벽 3시) 사용 가능하며 One-Way는 2시간 동안 유효하다.
(버스 6 정거장, 지하철 3 정거장 이내에는 Short-term/1.70유로 티켓을 구입하면 된다. 열차 내부에서 승무원이 불시에 표검사를 한다.)

젖은 몸을 이끌고 소나기 속을 헤쳐 전승기념탑 앞에 도착했다. 멀리서도 금색 승리의 여신이 눈에 들어온다. 67미터의 전승 기념탑은 프로이센 왕국의 제2차 슐레스비히 전쟁 승리를 기념해 세운 탑이다. 원래는 국가 의회 의사당 앞 광장에 세워져 있었으나 1939년에 현재 위치로 이동됐다. 기념탑 외부에는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한 총탄의 흔적들이 매우 많은데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병사들이 탑에 들어가 싸워 생긴 전쟁의 흔적이다. 베를린과 비 내리는 날씨는 무언가 잘 어울리는 부분이 있다. 

전승기념탑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브란덴부르크문(Brandenburg Gate)은 베를린의 중요한 상징 중의 하나다.

문의 가장 상단에는 말과 전차에 탄 여신상이 있다. 원래는 평화를 상징해 만들었지만 여신이 쓰던 올리브 나무관이 십자가로 대체되면서 평화보다는 승리를 상징하는 조각상이 되었다. 그래서 나치는 전쟁 출전 시에 문을 통과하는 행위를 굉장히 중요시 여겼다고 한다. 그 후로도 브란덴부르크 문은 독일 국민들에게는 통일의 상징이자 중요한 장소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브란덴부르크문을 지나 10분 채 되지 않아 국회의사당(Reichstag Building) 건물이 나온다. 돔에서 보는 전경과 야경이 굉장히 훌륭하다고 한다. 돔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사전예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장에서도 컴퓨터를 이용해 예약이 가능하지만 두 달 전부터인터넷 예약을 할 수 있어서 당일 입장은 거의 불가능하다. 예정에 없던 여행인 만큼 이런 상황이 안타깝긴 하지만 사진이라도 열심히 찍어 아쉬움을 달랬다. 

국회의사당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유대인 추모기념관(Holocaust Memorial)이 있다. 높이와 크기가 다른 네모난 관모 양의 돌들이 열을 맞춰 비를 맞고 있었다. 길을 따라 기둥 사이로 들어가 보면 중심부는 기둥의 높이가 상당하다. 역사적인 과오를 반성하고 추모하기 위해 베를린 중심부에 추모 기념비를 만들어 추모 공간을 구성한 것 또한 큰 의미가 있는 장소다. 

짧은 시간이지만 볼 수 있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다했다. 베를린을 정리하면서 분명한 것은 이틀로는 부족한 도시임은 분명하다. 보고 싶어서 저장해놓은 곳이 수두룩했지만 생각보다 안 좋은 날씨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여행 초반에만 해도 못 보고 놓친 것들이 자꾸 떠올라 아쉬운 마음을 꾹꾹 눌러 담던 모습이 기억이 난다.

“아쉽지만 그 정도면 됐어” 세계여행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나는 아쉽지만 쿨한 작별을 조금은 할 수 있게 된다.

사람과의 인연도 아쉬울 때면 가끔 언젠가 다시 만나겠지라는 불확실한 운에 기대하곤 한다. 아쉽지만 베를린과의 연은 여기까지 인가 보다.

여행은 여행자들에게 한 장소에서 모두 다른 추억과 기억을 선물한다. 베를린은 나에게 ‘비 내리는 슬픈 도시’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Tip : 베를린 노선도는 한마디로 복잡 그 자체다. 노선도를 핸드폰에 저장 후 숙소가 있는 역과 방향, 관광지의 역과 방향등을 미리 메모해서 다니면 역사에서 눈이 빠질 것 같은 경험을 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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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지다원 여행가
정리=손수용 기자

feelgo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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